2023. 12. 25. 14:49ㆍ600산
강원 화천군 매봉산 (662m)
강원 화천군 수불무산 (702m)
산행일: 2023.12.24 (맑음, 영하10도)
간동면사무소 ▷용호리회관 ▷매봉산 ▷성불령 ▷용화산 ▷고탄령 ▷수불무산 ▷유촌리 ▷간동면사무소 (약 8시간)
이번 산행은 매봉산과 수불무산이 대상이다. 위 지도에서 보듯이 600산 지도책의 용화산 페이지에 매봉산, 수불무산, 위로 병풍산이 까만바탕의 동그라미 표식이 되어 있어 대상으로 선정하게 되었고, 크리마스 연휴를 맞이하여 춘천 마경오부(마적산-부용산) 종주와 더불어 1박2일로 연계 산행을 하게 되었다.
휴식, 점심, 눈길, 부러진 나무들의 길막힘, 우회, 약간의 알바 시간이 포함된 시간임을 감안해야 함.
이번 산행은 매봉산 초입부터 아이젠을 착용하고 진행했다.
보통은 산악회를 이용하여 위 지도처럼 파로호에서 시작하여 간동면으로 산행하는 코스를 주로 다니는데, 이동편이 마땅하지 않아 도로를 좀 걷더라도 간동면사무소에서 환종주 하는 코스를 선택하게 되었다.
지도상으로는 용호리에서 매봉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잘 표시되어 있지 않지만, 카카오맵에는 점선으로 표시가 되어 있어 도전하게 되었다.
화천군은 주변의 산들로 둘러 쌓인 분지같은 형태이다. 종주코스를 잘 개발하면 좋은 관광상품이 될 것 같다. 만약 이런 코스가 생긴다면 다시 방문할 생각이 있다. 근데 당일로 종주가 가능하려나.. 무박은 가능할지도..
화천 7산 종주 (파로호 -> 1.매봉산 -> 2.용화산 -> 3.수불무산 -> 배후령 -> 4.오봉산 -> 5.부용산 -> 6.죽엽산 -> 7.병풍산 -> 도송리)
병풍산 에네미고개에서 간동면사무소로 이동하여 주차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간동면사무소에서 여기까지 2키로 남짓.. 들머리까지 20분 정도 소요되었다.
카카오맵의 등산로를 보면서.. 여기서 좌회전 하여 마을길로 올라간다. 중간에 오래된 군부대 철책 같은걸 우측으로 끼고 올라갔다.
근데 성불령을 기준으로 매봉산, 용화산으로 갈라진다면, 매봉산이 최고봉이 아닌것 같은데... 암튼 수 많은 봉오리를 지나가지만 아무런 표식이 없는 것 같다. 거의 대부분 우회하게 되었다.
마을길이 끝나는 부분에서 두릅밭을 지나 어찌어찌 올라와 무덤을 지나면 능선 초입을 만나게 되고, 능선을 따라 쭈욱 올라가면 큰 무리는 없다.
이런 샛길들 초입에 주민들이 밭을 일구어 작물을 키우고 있으니, 입구 주변에는 입산금지라는 플랫카드가 나 붙어 있고, 등산객들 싫어하고... 그런 악순환의 반복인 듯. 주민들의 반발이 심한 산들은 작물재배 시기를 피해 다니는 것도 방법일 듯 하다.
여기서 매봉산까지 왕복하는데, 아주 가까워 보이지만 상당히 내려갔다 올라가야 해서 여간 힘든게 아니다. 왕복에 20분 정도 걸렸다.
매봉산은 변변한 정상석 하나 없고, 이 코팅지를 찾는 것도 약간 어려웠다.
이 산의 봉오리 정상부에는 모두 호 같은게 파여 있고.. 암튼 군사시설로 사용하던 잔재들이 상당히 많다. 통신선도 거추장스럽게 여기저기 깔려 있다.
지나온 매봉산. 파로호가 약간 보인다. 매봉산에서 파로호 조망이 가능할 줄 알았으나 전혀 조망이 없는 듯 했다.
능선을 타고 가다보면 우측에 넓찍한 길이 있다. (사진은 뒤돌아 매봉산 방향을 보며 찍은 사진이다 보니 좌측)
차가 다닐 정도로 넓은데.. 탱크나 군용차가 다닌 길인 듯 싶다. 능선과 같은 방향으로 이어지는 듯 보이긴 하는데, 확신은 할 수 없고, 눈으로 길도 잘 안보여 대부분 그냥 능선을 타고 갔고, 낙엽이 많이 쌓여 있어 상당히 깊게 빠지는 길이었다.
나무가 얼음으로 코팅이 되어 있고 햇빛을 받아 알록달록 반짝반짝.. 마치 환상속처럼 세상에서 본 적 없는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는 기분인데.. 사진으로는 그 반짝임이 전혀 나오지 않아 너무 아쉽다 ㅠㅠ
어찌보면 자연적인 가지치기로 볼 수도 있는데.. 이런 나무들을 넘어가야 하는 등산객의 입장에선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성불령 가까이 오면 임도가 나오고 이후 임도로 성불령까지 이동한다. 여기도 쓰러진 나무들이 즐비하다.
무슨 용도인지 몰랐으나, 내려가면서 본 이정표로 봐서는 유도탄 기지인 듯 하다.
여기서 부터는 용화산이다. 매봉산의 넓찍한 길에 비해 용화산은 암석이 많고 상당히 위험한 구간이 많다.
용화산 정상부에 근접하였는데 길을 찾을 수가 없다. 좁은 등산로는 눈이 쌓여 보이지 않고, 나무들은 모두 넘어져 길을 막고 있어 도저히 진행을 할 수가 없다. 지도상의 길이라 생각되는 부분이라 하더라도 도저히 뚫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어제부터 얼어붙은 나무가지에 부딪힌 정강이는 상처투성이다.
진퇴양난. 현재시간 14시가 다 되어 가고 있다. 이러다 해가 지면 길찾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고, 기온도 급강하하여 그대로 얼어 죽는 것이다. 이런식으로 길이 계속 막혀 있다면 시간은 계속 지체될 것이고.. 공포감이 밀려온다. 너무 만만하게 봤다는 자책감도 밀려오고..
매봉산에서 부터 동물 발자국외에는 전혀 사람 발자국이 없어 길 찾기가 더 어렵다.
지도를 보고 큰고개에서 올라오는 옆 능선으로 가기로 결정하고 진행한다.
동물들의 집인듯 보이는데, 비상시엔 저런게 들어가 있으면 얼어 죽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느 정도 평평하다 이 동굴 이후부터는 바위를 타고 넘어간다.
옆 능선으로 가는 길엔 폭탄 떨어진 자국인지, 호를 파놓은 건지, 유해발굴장소 인것지.. 무슨 호들이 즐비하다.
이 등산로는 그나마 양호한 수준이다. 무엇보다도 사람의 발자국이 보여 안도감이 든다.
부러진 나무며, 휘어진 나무들, 부러져 떨어지며 파손된 안내판.. 처참한 광경이다.
이 하산길은 엄청 위험했다. 원래 위험구간이기도 하지만, 바위는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고, 밧줄도 얼음으로 코팅되어 있어 전혀 도움이 안된다. 잡는 순간 그냥 미끄등이다. 몇 번을 미끄러지고 구르고..
용화산 이후부터는 사람 발자국이 있어 그게 생명의 은인이었다. 길 찾기도 수월하고 알바할 염려도 없고.. 발자국이 얼마 안된 것 같아 정말 감사한 마음에 만나서 인사라도 드리고 싶어 빠르게 달려 나갔으나 아쉽게도 결국 만나지 못했다.
정말 여기까지는 하산 시간의 압박과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고통도 모르고 달려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생명의 은인 발자국 님은 여기서 사여령쪽으로 내려 가셨다. 사여령에서 자연휴양림으로 가시지 않았을까 싶다.
이제부터는 혼자란 생각에 힘이 빠지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다. 16시 다 되어가고 있다.
발자국으로 큰 도움주신 알수 없는 분에게 다시 한번 감사인사를 드린다.
아마도 살아 남으라고 신이 주신 선물이 아닐까..
이후 부터는 그나마 동물 발자국이 등산로를 안내해 주어 도움이 되었다.
아무리 찾아봐도 정상표시는 없다. 어디선가 바위에 써여진 글씨의 사진을 본 것도 같은데..
무슨 정상석이 산 이름도 없고.. 실제 최고봉도 아닌 것 같은데.. 암튼 이게 수불무산의 정상표시 인 듯 하다.
현재 시간 16시 25분. 이제 좀 안심이되고 한숨 돌릴 것 같다.
이제 하산만 하면 된다. 고도가 낮아지면서 얼음피해 입은 나무들이 거의 없어 훨씬 수월한 느낌이다.
임도가 만들어지면서 기존의 등산로가 모두 없어진거 같다. 등산로가 희미하고 눈으로 보이지 않으니 겨우 겨우 내려오긴 했는데, 임도가 보이길래 임도까지만 내려가면 되겠지 하고 내려온게 낭떨어지다. 여기서 절대 뛰어내릴 수 없다. 다시 돌아 올라가서 좌측편의 낮은 곳으로 이동한다.
어찌되었건 임도까지 내려왔다. 기존 등산로는 없어지고, 이젠 임도를 따라 내려가야 한다. 벌써 17시가 다 되었지만, 그래도 이젠 얼어 죽을 염려는 없다.
면사무소까지는 또 한참을 가야할 듯..
도로와 만난다. 임도를 따라 30분 넘게 걸어왔다.
생존훈련장 입구에서 도로를 따라 조금 내려오면 등산코스 안내도가 있다. 나는 어쩌다 생존훈련장으로 내려왔는지 알 수는 없지만, 여기로 내려오는게 맞는 것 같다. 여기도 여지없이 입산금지..
여기서 마을길로 쭈욱 내려가면 간동면사무소다. 여기도 입산금지..
현재시간 17시 40분. 겨우 살아서 돌아왔다. 한번만 알바를 더 했다면 위험해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신발, 장갑이 젖어 손발이 아프도록 시리다. 온몸이 두들겨 맞은거 처럼 아프다.
어제 마경오부 코스보다 훨씬 긴 코스인데, 왜 너무 쉽게 생각했을까..
사실 화천쪽은 얼음피해가 없을 줄 알았다. 춘천은 소양강댐 때문이라 생각했거든.. 근데 화천에 파로호도 있고 북한강도 있는데 피해가 없을 수가 없었는데... 아침에 30분 더 서둘렀어야 했는데..
앞으로는 겨울에 강원도 산은 안가야겠다고 다짐한다. 특히 눈 쌓인 산..
또 사전준비를 더 철저하게.. 코스별 거리 소요시간 등등 좀 더 철저히 준비를 해야 한다.
너무 쉽게 생각했다가 생명의 위협을 느낀 산행이었다.
강원도 화천, 춘천 일대 산의 등산로 피해로 인해 복구하려면 꽤나 시간이 걸린 듯 싶고, 한동안 등산로가 폐쇄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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